카프카와 현대인의 초상 1부
네이버라는 플랫폼은 대한민국에서 너무나도 큰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문제점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연단 같은 프로젝트는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양질이면서도 접근성이 용이한 강연과 토론은 시민사회가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된다.
열린연단에 올라온 카프카 관련 강연은 총 2편인데, 오늘은 그 중 1부를 시청했다. 카프카의 삶과 문학을 분석하는 한 시간 동안, 그리고 교수가 카프카의 마음을 조심스레 헤아리려 한 줄 한 줄 그의 생각을 읊어가는 동안, 내 마음이 어딘지 모르게 찢어질 듯이 아려왔다. 카프카는 글을 써내려가는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작가로서 예언자의 사명을 의식했지만 자신은 수많은 영웅들 속의 한 인간임을 또한 자각해야했을 그의 고통이 나의 마음을 휘감는다. 아래는 교수의 강연 중 내가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
"...그러니까 우리가 '파괴할 수 없는 것'을 자기가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 구원은 스스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카프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구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프카의 작품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진실과 허위 사이에서, 죄와 무죄 사이에서,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앎과 모름 사이에서, 고독과 공동체 사이에서, 종교 / 정치 /경제 권력에 대한 공포와 권력에 대한 저항 사이에서, 지상의 시민과 천상의 시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하고 망설이는 인간 존재를 충실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프카의 글이 난해하다고 표현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의 글이 전혀 난해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너무나도 솔직했으며 먹색과도 같은 자신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덤덤하게 표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샜을거라 감히 예상한다. weg-von-hier. 그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아니, 그는 사실 자신의 세계 속에서 수없이 죽고 다시 환생했다. 그에게 진정으로 행복했던 날이 단 하루라도 있었을까. 지나간 과거에 애써 희망을 불어넣어본다. 그리고 찾아오는 것은 불변에 대한 간절함을 바랬던 댓가, 공허함.
글을 마치며. 교수가 제시한 질문이 떠오른다. 카프카는 희망의 문학일까 절망의 문학일까. 교수는 절망 속에서의 희망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누가 알까, 카프카는 어쩌면 정반대의 주제를 묘사했을 수도 있다. 영원할 것만 같은 난제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닮지 않았을까. 문득 방탄소년단의 바다 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시련이 있네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있네
우린 절망해야 해 그 모든 시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