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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슬기의 하고 싶은 말

Glaukopis 2018. 10. 15. 14:01

나는 레드벨벳 슬기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녀 특유의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는 타 아이돌에게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독보적인 분위기다. 나도 말랐을 때는 슬기 닮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패스...

[아, 이런 분위기 너무 좋다.]


[요 사진두.]


슬기는 레드벨벳으로 활동하면서 뭐가 제일 변했어요? 정말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마인드를 어떻게 가지냐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게 저도 느껴져요. 순간순간의 멘탈에 의해서 많은 생각이 오가요. 요즘은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 모두가 그렇겠죠. 이런 부분에선 난 자신이 있어서 이렇게 보여줬다가도 어떤, 조금이라도 틀어진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난 왜 이러지 하면서 반성하고 다시 좋아지기도 하고. 그냥 이게 다 존재하는 거예요.

>>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 모두가 그렇겠죠." 누구나 나르시스트라고 하지만, 그보다 좀 더 넓은 영역을 관조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생각. 나 혼자만 이런 삶을 사는 거겠지. 에서 한 발짝 더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나는 좋다.


데뷔 후 내려놓은 건요? 외모? 물론, 저는 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예쁨, 있잖아요. 그것에 신경을 별로 안 쓰려고요. 예쁜 것에 집중하지 말자.

아니, 뭐라고요? 볼수록 배우 이영애를 닮아서 계속 놀라고 있는 걸요? 계속 외모가 비춰지는 직업이라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예요. 근데 개성 시대잖아요. 저의 외모에서 자신 있는 부분은, 이목구비의 위치! 초반에는 저도 악플도 많이 받고, 진짜 외모 지적도 받고, 자존감도 낮아졌었죠. 근데 내려놨어요. <정글의 법칙>에서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쌩얼’ 다 공개하고요. 저는 욕심없이 내려놓은 사람이 멋있어 보이고 예쁘던데요.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매력 있고. 남을 쫓아가지 않는 게 훨씬 더 멋지고요.

>>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미디어가 형성한 '예쁜 것의 기준' 에 집중하지 말자." 내가 학부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이다. 모두에게는 다 고유한, 자신만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다. 남에게 인정받는 아름다움이 아닌 나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이제 조금은 알 것만도 같다.


 

[최근에 본 슬기 사진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역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지금 슬기에게 딱 하나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요? 하고 싶은 말 바로 하는 것.

못 해요? 잘 못 해요. 그냥 제 생각을, 그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옛날부터 나는 좀 재미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오늘처럼 이렇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또 이쪽 사람들은 되게 활발한 사람도 많다 보니까, 나는 거기에 비해서 한없이 초라하고, 이야기 재미있게 못 하면 분위기 망치는 것 같고요. 내가 분위기 어색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 고민 없이 바로 하고 싶어요. 약간 텐션이 올라가는 술자리의 힘을 빌리면, 그걸 깰 수 있으니까 술을 마셔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 이게 힘든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다보면 이거 가지고 또 진지충이라면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가벼움 모드를 장착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점점 생기는걸 목격하는지라 가볍게 하하호호 하면서 쓸데없는 이야기 하는 방법도 터득하긴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 취향은 아니다. 나도 한때는 슬기처럼 술을 마셔야 할까 고민하긴 했는데, 어차피 나같은 성격은 텐션 높은 자리에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막 미친듯이 사교적이게 되고 하이텐션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다만 평소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지긴 하는데 어차피 과도한 음주의 결말은 공허함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럼, 최근에 세운 초단기 계획 중 성취한 것 한 가지만 꼽아봐요. 요즘은 그냥 맛있는 것 먹으며 스트레스 푸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맛있는 것, 음식 그런 게 없었거든요. 이제 달라요. 그날 먹고 싶은 거 먹어봐야 돼요. 그래서 어제 곱창 먹었어요.

>> 이 인터뷰의 킬링파트, "그래서 어제 곱창 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너무 이해가 가는게, 어제 룸메 언니랑 나랑 둘 다 다음주가 페이퍼 데드라인에 믿텀이 있지만 그냥 무작정 산타모니카로 메트로 여행을 떠났다. (둘 다 지난 1년간 너무 집 / 캠퍼스에만 틀어박혀서 공부만 했던지라 마지막 1년은 꼭 시간을 내서 엘에이 곳곳을 다녀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보자고 약속했던 터라 둘 다 시간이 나면 (주로 내가) 같이 나가자고 먼저 조른다. ㅋㅋ) 둘이서 해변길 걸으면서 얘기한 것들 중에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우리 둘 다 어릴 때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끝까지 남겨놓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공감했던건 자라면서 맛있는걸 아껴두다 뺏기거나 상하는게 분해서 이제는 맛있는걸 가장 먼저 먹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너무나도 사고 싶은게 있으면 가격이랑 쓰임새 고려해서 합리적이고 주동적으로 구매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극단적 욜로와 수동적 인생의 사이에서 이런 습관이 생긴다는 것 또한 자신을 알아가는 건강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슬기 따라 나도 해보는 진솔한 고백. "그래서 오늘 짜장면 먹었어요." ㅋㅋㅋㅋㅋ 아, 얼른 운동이나 하러 가야겠다.

http://www.gqkorea.co.kr/2018/09/26/%EB%A0%88%EB%93%9C%EB%B2%A8%EB%B2%B3-%EC%8A%AC%EA%B8%B0%EC%9D%98-%ED%95%98%EA%B3%A0-%EC%8B%B6%EC%9D%80-%EB%A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