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ecord

180517 자기 해방의 글쓰기

Glaukopis 2018. 10. 15. 13:55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의 강연 영상이다. 주제는 "자기 해방의 글쓰기".  그러게, 우리는 아직도 왜 글을 쓸까?


오늘은 여름 학기 첫 WRIT 340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사실 겁이 났다. 1학년 2학기 때 들었던 WRIT 150 는 정말로 극악무도 했기 때문에 그 수업을 듣고 나서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한동안 잃었다. 그래서 더 높은 레벨인 340은 얼마나 더 끔찍할까 걱정했었는데, 실제로 수업에 가보니 수업이 내 생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Writing for Social Science 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단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라고 했다. (나의 공적인 이미지와 사적인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하여 쓰라는 말은 결국 나 스스로의 내면을 탐구하라는 뜻이다.) 며칠동안 펜을 손에서 놓았던 터라 처음에는 손끝이 간질거릴 뿐 쉽사리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5분동안 무슨 말로 글을 시작해야할지 고민하다 노래를 들으며 글을 써도 된다는 말에 냉큼 이어폰을 가방에서 꺼내들었다. 고른 곡은 쇼팽의 녹턴 1번.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기 무섭게 나는 글을 미친듯이 써내려갔다. 내가 무슨 내용을 쓰는지 자각하지도 못하고 쓸 정도로 나는 글쓰기 라는 행위에 미쳐있었다. 결국 30분만에 single space로 한 페이지를 꽉 채워냈다. (나에게 이런 속도는 속칭 '삘'이란걸 타지 않으면 절대 나오지 않는 속도다.) 내가 며칠간 고민했던 나의 모습들에 대하여 가감없이 써서 제출했다. 글을 쓰고 나니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속이 후련했다. 자기 해방의 글쓰기, 맞다. 글을 쓰는 행위는 결국 나 자신이 머릿속에 가득 담아놓았던 생각을 배출해내는, 나 자신을 번뇌로부터 스스로 해방시키고 자유를 쟁취하게 하는 고귀한 행위다.


수업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세미나 스타일의 수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학생들 수가 15명 정도로 적고, 학생들 하고도 서로 마주보고 앉아야 하는 교실일뿐더러 자기소개와 서로의 이름에 담긴 의미까지 공유했던 터라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화도 나누고 빨리 가까워졌다.


이렇게 2시간 30분의 글쓰기 수업은 나를 해방으로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