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
(2018.03.09 글입니다.)
America's Poor Subsidize Wealthier Consumers in A Vicious Income Inequality Cycle
https://www.brookings.edu/opinions/americas-poor-subsidize-wealthier-consumers-in-a-vicious-income-inequality-cycle/?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utm_campaign=es
친구가 어제 overdraft fee를 물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통장에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핸드폰 요금 등 자동이체로 돈이 잔액 이상으로 빠져나가 추가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는 것. 나도 처음 미국에 와서 지금 용돈의 1/5 정도를 가지고 살던 때에 아무 생각없이 돈을 쓰다가 overdraft fee를 무려 6번이나 내고는 checking account 가 닫혔던 경험이 있다. 은행에 다시 가서 checking account를 만들어야 했었기에 친구의 빡침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overdraft fee는 은행과 나 사이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잘못에 대한 대가이다. 신용카드도 아니고 체크카드 사용자는 통장에 들어있는 만큼의 돈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며, 잔액을 초과하여 사용했을 경우 은행은 자신이 대신 내준 돈의 수수료 혹은 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수료들은 저소득 계층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상당한 부담이 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은행은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 통장에 돈을 많이 저금한 사람은 은행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자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어지는 혜택도 많다. 반면 통장에 돈을 조금 저금하면서 항상 저축한 금액을 초과하여 돈을 쓰는 사람들에게 은행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순간에 돈을 "빌려줘야" 한다. 사람들이 자꾸 저축한 돈 이상으로 소비를 하는데 은행이 그걸 막을 방법이 없거나 돈을 대신 지불해줄 인센티브가 없음에도 강제적으로 돈을 대신 지불해야 한다면 은행은 곧 망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피해와 책임은 은행에 저축을 많이 한, 은행의 우수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어떻게 보면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은행이 만들어놓은 논제로섬 게임에 참여하는 행위는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고객에게 과도한 overdraft fee를 부과하는 행동은 과연 사회의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세금 문제와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문제는 현대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과연 개인 노오력 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인지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나마 제시해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