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투표했을까?
(2018.02.23 글입니다.)
그러게... 왜 그렇게 투표했을까? (믿기지 않지만 이건 내가 이번 Korean Studies Conference에서 발표할 연구 주제다.)
이런 엉뚱한 주제를 왜 연구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궁금해서다. 나는 KSI Fellows 를 하면서 보기에 거창한 연구보다는 내 삶 속에서 내가 궁금했던 연구를 하고 있다. 저번 컨퍼런스에서는 내가 평생동안 궁금해했던 한국에서 교육과 계층이동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했었다. 물론 그 때는 대학 생활에 적응해나갈 때라 논문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써내고 준비도 제대로 못 해서 만족스럽게 발표하지는 못했다. (상을 못 타서 만족스러운 것 보다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똑부러지고 완벽하게 발표하고 싶었는데, 영어도 잘 안 나오고 준비도 안 해서 완전 망해버렸다ㅜㅜ.)
이번에는 내가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2017년 대선 결과를 보면서 궁금했던 것을 그대로 연구해보기로 결심했다. 왜 대다수의 성주 군민들은 자신의 지역에 사드를 도입했으며, 탄핵까지 당한 전 정권을 지지했을까? 그들은 뉴스를 안 보는걸까? 아니면 그들은 편가르기 위주의 삶에 너무 익숙해졌던 것일까?모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고, 나는 그들의 선택이 세뇌만의 결과라고는 보지 않았다. 반면 인터넷에서는 대다수가 고연령 사회인 성주를 비판하며 속된 말로 "우좀"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었다. 내가 틀린건지 그들이 몰아가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관련 논문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주제(=좋은 연구 주제)를 연구한 학자는 아직 없었다.
과연 그들은 정말 좀비일까? 정말 그렇게 투표하도록 세뇌당해서 투표장에만 가면 자동으로 보수 후보를 찍는 것이고, 내가 너무 순진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그들을 변명하려 하는 것일까? 이번 연구를 통해서 나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합리적인 사람이 되려 노력하지만, 정작 선택의 순간 우리는 그 어떤 논리와 이성보다도 우리 옆의 존재들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은 결국 타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인데, 나 자신을 타인에게서 찾다 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또한 나쁜 점도 있지 않을까? 나 스스로가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것은 결국 불가능 한 것일까? 타인에게서 나를 찾는다는 것은 소속감과 연대감을 통해 나의 존재가 인정된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파놉티콘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언제든 나를 잃어버리고 타인으로부터 제어당하기 쉬운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선순환과 악순환 이라는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발표가 끝나고 글을 정리해 올릴거라 더 깊게는 안 적으려 한다. 어쨌든 내가 아직 미숙한 연구 실력으로 얻은 결론은, 그들은 이념의 노예도, 돈만 추구하는 무정한 사람들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들은 연대감과 유대감으로 뭉쳐있으며 은연중에 서로를 감시한다. 개인이 외로워지는 사회에서는 돈이나 이념보다도 서로를 이어주고 모아주는 모든 것이 생존수단이자 생명의 끈이 된다.
+) 2018.02.05: 아, 드디어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