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Relations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죠? :: Richard Hass, <A World in Disarray> 리뷰

Glaukopis 2017. 8. 9. 00:51


341 수업 필수교재라고 교수님이 강의계획서에 박제를 해놓으셨기 때문에 정독할 수 밖에 없었던 책.

평상시와 다르게 모르는 단어도 다 찾고, 한 장 한 장 밑줄도 쳐가고, 또 작가하고 싸우면서 전투적으로 내 생각을 코멘터리 다느라 장장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카페베네 알바생들이 처음에는 주문할 때 아이스요? 물어보더니 이제는 물어보지도 않고 아이스로 주더라. 

얼그레이 아이스티의 수요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우리 동네 카페베네의 알바생들을 귀찮게 만들어 괜사리 미안해진다.

밤을 새고 쓰는 리뷰여서 중요한 내용들이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노트 정리는 다른 폴더에 하고 여기에는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을 바로 남겨보려 한다.


"A World in Disarray" 는 무려 2017년에 발행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제사회에서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쟁점들을 책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ex. 북한 핵문제, 시리아 난민, 중국의 영토 문제, 러시아와 크림 반도 등등.)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하스는 현재 미국의 저명한 외교 싱크탱크인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의 회장이다. 작가에 대해 배경조사를 해봤더니 제일 먼저 나오는 인터넷 뉴스의 제목이 "文 대통령, '트럼프 외교 스승' 리처드 하스 접견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62109244546659) 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북 정책 관련 주장은 좀 더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다. 알아두면 좋으니까 :)

문제는 이 책과 트럼프의 대외 노선이 조금 다른 듯 싶지만... 그건 아마 국내정치와 연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게 따지고 보면  대외노선에서 꽤나 다른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의 국내정치 지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해보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하스는 George H.W. Bush (아버지 부시) 때는 중동 정책 선임 보좌관, George W. Bush (아들 부시) 때는 국무부 정책실장을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일할 당시의 정책 결정 과정을 살짝 알려주는 부분은 아주 적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스는 각 파트에서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의 세계정치를 거시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며, 앞으로 국제관계/세계정치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주장한다. 분석 파트에서 그는 국제관계 말고도 인터넷, 경제, 환경 등 비(非)외교적인 부분이 어떻게 외교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도 세심히 설명했다. 특히 나도 하스가 rights and obligations of sovereign states vis-a-vis other governments and countries를 주장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참 공감이 갔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그는 통찰력 있는 분석이나 전망을 제시했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들이었다.

더 이야기하기 이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나는 미국의 역대 정권의 국내정치나 미국의 한반도/동아시아 정책 이외의 대외정책에 대한 편견이나 호오가 명확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좋고 싫음보다도 미국 정치에 대해 알 기회가 많이 없었다. 내가 그나마 공화당/민주당이나 역사적 논쟁을 아는 이유는 SAT2 미국 역사를 죽어라 혼자 팠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명확하게 보였던 것은, 작가가 자신이 일하던 부시 정권 (아마 아버지 부시를 더 바람직한 지도자라 여겼을 듯 싶다.)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정권을 강하게 옹호하는 점이었다. 그 정권에서 일한 사람이기에 애착이 있는건 당연한건데 내가 너무 검열을 심하게 하고 필요 이상적으로 비판적인가? 싶어 Amazon과 Goodreads 의 리뷰들을 자세히 읽어봤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너무 비판적이었던 것 같아서 반성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미국인의 관점은 나와 분명히 다를 것이기에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리뷰를 쓰는게 사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여긴 내 블로그고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고 싶어서 글을 남겨본다.)

국가 또는 애국심과 무관하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마지막 장에 작가 본인이 예전부터 주장하던 내용을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연결하려다 보니 전개와 결론 사이에 작은 갭이 생긴 느낌이다.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특정 대상을 향한 주관적 형용사/수식어들, 어느 부분에서 보여지는 일관성의 결여 및 자기모순의 함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뚜렷한 선과 악의 구분도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선악을 구분짓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가상의 사투를 벌였다.) 특히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미국의 위치와 임무 등. 작가가 제시한 규범과 주권의무, 그가 제시한 기준은 과연 다른 나라들에게 수용 가능한 객관적인 제안일까? 싶기도 했다. 

국제관계/국제정치(이론)의 탁상공론을 강하게 비판하는 그이지만, 그의 주장과 제시 역시도 구체적 실현이 가능할지 앞으로 더 연구해보고 싶다.


총평: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죠? + 기-승-전-국내정치의 중요성 및 기업세 감면. 국내정치가 대외정책과 somehow intertwined 하고, 안정된 국내정치를 기반으로 안정된 대외정책이 나온다는 점은 학부생인 나도 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국내정치가 대외정책의 기반이 되는지, 그 인과관계를 독자들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게 설명해줬더라면 훨씬 수긍하기 쉽고 납득이 가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성이 보이는 분석과 상황 판단, 특히 경험에 입각한 분석 및 anecdote 는 플러스. 

그러나 내가 절대선이라는 질서 중심의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버린 주장, 그리고 국내정치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주장으로의 귀결은 마이너스.

★★★☆☆